초록이 피어나는 계절, 노을이 흐르는 시간이 되면 네가 생각났다.
주머니는 가난하고, 우리는 천 원에 공공 자전거를 빌려 한강을 자주 돌아다녔다. 봄 꽃이 피는 3월부터 땀이 등어리에 주륵 흐르는 8월까지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오르막을 오르는 건 힘들었지만 또 내려갈 때면 페달을 발에서 떼고 맞는 바람이 목덜미의 땀을 식혀주었어.
나는 쨍한 낮보다 마음이 말랑해지는 노을녘을 좋아했고 우리는 황혼에 종종 페달을 밟았다. 페달을 밟다 사람이 없어지는 조막난 길이 나오면 풍겨오는 풀 냄새가 좋았다. 나는 욕심을 부려 빠르게 달리다 넘어졌고, 무릎을 다 갈았다. 피랑 흙이 짓이겨진 무릎을 너는 살살 털어주었지. 절뚝거리면서도 네 걱정 어린 말들이 좋아 철 없이 웃으며 떠들곤 했다.
벚꽃이 피면 바람에 꽃잎이 흩날려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고, 여름에는 정수리가 타들어가게 달렸다가 내리막에 맞는 바람이 상쾌해 좋았다. 가을에는 잎사귀에 물들어가는 색감이 노을 같아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자전거 바퀴에 밟히는 사락거리는 낙엽 소리.
가을이 끝나면 우리는 항상 아쉬워 했다. 겨울에는 손가락이 곱아들고 길이 얼어 자전거를 못 타니까. 그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다음 계절을 기약했다.
봄이 오면, 다음 계절에도 노을녘에 한강에 오자.
우리의 페달은 겨울에 멈춰있고 나는 글을 쓴다. 문학회에서 글을 쓸 때면 네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은 계절을 기약했고, 더는 함께할 수 없지만 나는 그 말들을 기억한다.
초록이 피어나는 계절이 되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다정한 이들을 보니 우리의 지난 시간이 떠올랐어. 아마 나는 앞으로 글을 쓸 때면 네가 떠오르겠지. 자전거와 풀 냄새 뉘엿뉘엿 지는 해와 웃음소리 같은.
우리의 시간은 끝났지만 내 글자들은 아직 그 시간을 담고 있다. 애석하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