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름의 낭만은 옥탑방 평상 위 나뒹구는 맥주 캔과……
⠀알딸딸하게 알코올이 돌면 거나하게 취한 척을 하며 야, 솔직히 난 가끔, 아니 사실은 매년 여름마다 네 목덜미에 멋대로 입을 댈 수도 있는 모기를 질투한다고, 말하고 너는 멀건 낯으로 웃고
⠀웃으며 상체가 무너져서 간이 탁자 위로 한참 구른 네 머리통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단정할 수가 있을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네, 생각을 하고
⠀평상 위로 나란히 누워 별을 헤아릴 때에는 네 동공을 음유하는 은하들까지 모조리 가져다 세어 버리고, 도대체 어디에 그렇게 별이 많냐는 힐난을 흘려듣고
⠀그러다 이 밤에 난데없이 소나기가 쏟아져서 물 세례를 맞으며 술이 깨도 모르는 척을 하고, 난 운치가 좋다고 하고 너는 날더러 미친 것 같다고 말하고
⠀말하면서 우리는 젖은 이마를 맞대며 웃고
⠀취기는 성년의 치기라는 구색으로 우리 여름에는 그냥 감기에 걸려 버리자, 소년 같은 약속을 하며 손가락을 걸고
⠀ 야, 그래도 네가 한 계절을 꼬박 앓아도 좋을 내 여름의 낭만이라고는 죽어도 말을 못 하겠다 어떻게 할까
⠀내 여름의 낭만은 옥탑방 평상 위 나뒹구는 맥주 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