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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에는 모르포나비가 산다

호수
2025년 6월호
작가
안희준
발행일
2025/06/30
언어
한국어
장르
당신의 눈에는 모르포나비가 산다 틀림없이 아름다울 실명이겠지 가끔 눈이 멀고 싶다고 할 때 혀 뒤로 감춘 말 눈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래 부풀어 오른 내 눈동자에는 칼집이 나 있다 그 속에서 전자레인지에 봉지째 라면을 돌리는 동생과 무릎을 깎아 사탕을 빚어주는 아버지의 끓는 소리 만약 빨래바구니와 서랍장과 옷걸이들이 통째로 사라진다면 나는 어떤 군더더기로 눈빛을 감출까 무심코 너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소중한 부분으로 향할 눈동자 마모되지 않은 유리조각이 나풀댄다 하고 싶은 말 무너지고 싶지 않아 단단해진다는 당신의 말 가장 아픈 곳을 스스로 비틀어 부수는 것은 파도의 앞에서 모래성을 껴안아 무너뜨리는 아이 같은 것 곤충 채집통처럼 벌어지는 입 나는 너의 눈동자를 보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나비가 날아가면 텅 빈 눈구멍에 뱀처럼 속삭이기 그거 아니 성 위에 자랑스레 장식한 초록 돌은 사실 내 발에 깊이 흉터를 낸 초록병이었어 너의 모르포나비들의 엉킨 날개와 그럼에도 날아오르는 작은 신비로움과 그 속에 비치는 모난 사람과 마모된 눈과, 초록 돌만 남은 아이의 모래성과, 경탄과 켜켜이 밀려오는 깨끔발 같은 이야기 부을 수록 단단해질 줄 알았던 눈빛에 모래성이 와르르 무너졌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