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이 키만 크면 칭찬받던 어릴 때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싸움도 우아하게 해야 하는 나이라
해결보다는 우아함을 더 고민하느라 악수하고 미안해로 끝내지 못하고.
그래서 시간이 많던 어릴 때보다도 시간을 버리고.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았던 어릴 때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짓이겨진 은행 열매 바닥에 깔아두고서도
평화롭고 장엄한 척 그 위에서 잎 가꾸는 은행나무처럼.
그래서 아는 것 없었던 어릴 때보다도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서로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어릴 때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노오란 은행잎 속 숨겨진 은행 열매를 찾으려
일부러 아름다움보다는 구리구리함에 집중하고.
그래서 서툴렀던 어릴 때보다도 진심을 찾는 데 서툴고.
모든 것이 새롭던 어릴 때처럼 산다면 정말 지금보다 나아졌을까.
이제는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으로 많아져 버린 생각 탓에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을 부러워하는 모순 탓에
그 탓에 여전히 너와는 화해를 못하고. 그 탓에 여전한 은행 향만 퍼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