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사탕이 참 좋아
어렸을 적 유치원 선생님이 웃으면서 주시던
보석같이 반짝이는 은박 포장지에 쌓인
체리맛 포도맛 딸기맛 마법
열일곱살이 된 지금 내 방에는
열 일곱 해 어치의 알사탕이
커다란 유리병에 들어있는 내 보물들을 나는 까마귀처럼 아껴
그런데 어느 날 너를 만나버렸지 뭐야
꼭 잠가뒀던 유리병의 뚜껑이 드드드 떨리며 열리고
소중하게 모아뒀던 보석들이 하나 둘 두둥실
네가 나를 향해 눈빛을 보내면 사과맛 사탕이
네가 나를 향해 웃으면 포도맛 사탕이
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딸기맛 사탕이
어쩌다 복도에서 손끝이 스치기라도 하면
체리맛 사탕이 와르르
이백 네 달 치의 사탕이 너를 향해 데굴데굴
그 중 네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줘
딸기맛 사과맛 콜라맛
네 마음에 드는게 하나라도 있다면
내 유리병을 모조리 그 맛으로 채워서
수줍게 너에게 내밀어볼래
저기, 혹시 사탕 좋아해?
